[25.05.21] 심리가 현실을 지배하는 우울한 대한민국! - 김광희 교수 칼럼

등록 : 2025-05-28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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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찔찔이 초딩 시절 얘기다.

“쇠뭉치 10㎏과 솜뭉치 10㎏, 어느 게 더 무거울까?” 예기치 않은 담임 선생님의 질문에 반 친구들은 혼란에 빠졌다. 와중에도 짝꿍의 생각은 궁금했다. “어느 게 더 무거울 것 같니?”, “으~응, 쇠뭉치. 쇳덩이잖아.”, “선생님이 둘 다 10㎏이라고 하셨는데….”, “맞아~ 그러셨지!(긁적긁적)” 고심을 거듭하던 아이들도 생각을 치고 받으며 차츰 의견이 수렴된다.

‘쇠뭉치가 더 무겁다’라는 걸로. 이유는 쇠라서. 개중엔 솜뭉치가 무겁다고 주장하는 아이도 있다. 공기 중 수분을 머금어 그렇다나, 뭐라나.

흔히 ‘쇠처럼 무겁다’라거나 ‘솜처럼 가볍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쇠뭉치는 무거워 들거나 옮기기 쉽지 않은 쇳덩이고, 솜뭉치는 바람에 날릴 것 같은 가벼운 솜이다. 이런 언어적 습관과 지각은 우리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솜은 가볍고 쇠는 무겁다는 선입견이 부지불식간에 똬리를 튼다. 심리와 물리학 사이의 간극이다.

얘기는 다시 원점. 수업 말미 한가득 미소를 띤 선생님이 말문을 뗐다. 정답을 향한 아이들의 빛나는 시선은 몰입이 최고조임을 방증한다. “둘 다 10㎏이라 무게는 같다.” 이에 교실 곳곳에선 한숨과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선생님이) 어느 게 무겁냐고 하셔 놓곤….”

독자에게 묻는다. “쇠뭉치 10㎏과 솜뭉치 10㎏, 더 무거운 쪽은?” 21세기 물리학에 딴지를 걸 마음은 없지만, 분명 어느 한쪽이 더 무겁다. 믿기 어렵겠으나 사실이다. 어느 게 더 무거울까?

쇠뭉치든 솜뭉치든 둘 다 10㎏이라면 그 무게는 응당 같다. 질량(㎏)은 물체의 물리적 양으로, 재료와 무관하게 동일한 무게를 갖는다. 실험 정신에 투철한 독자는 쇠뭉치 10㎏과 솜뭉치 10㎏을 구해와 직접 들어봤을 수도. 그리곤 놀란 표정으로 이렇게 읊조렸을 터. “허걱, 무게가 다르잖아.” 그렇다. ‘솜뭉치’가 더 무겁다. 이유는? 거듭 언급하지만 쇠든 솜이든 10㎏은 10㎏, 질량은 같다. 다만 부피에선 솜뭉치가 훨씬 크다. 쇠는 밀도가 높아 10㎏이라도 부피가 작지만 솜은 밀도가 매우 낮아 10㎏을 채우면 제법 큰 부피를 지닌다.

성인의 경우 쇠뭉치 10㎏은 약간의 힘만 쏟으면 한 손으로도 들어 올릴 수 있다. 반면 부피가 큰 솜뭉치 10㎏은 두 팔에다 전신 근육(등·가슴·복근·허벅지 등)을 사용해 들어올려야 한다. 또 뇌는 몸의 균형까지 잡아야 해 추가 에너지는 불가피. 근육과 뇌의 피곤함은 곧장 무게로 옮겨간다. 들기도 불편해 ‘체감 무게’는 더 늘어난다.

‘심리가 곧 현실이다’. 물리적 무게는 같으나 실제 들어보면 쇠뭉치보다 솜뭉치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다양한 근육 쓰임새와 뇌 에너지, 시각 등 여러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여 인간 심리(인식)엔 과학(팩트)과는 또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

경제라고 다를까!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민간소비와 건설·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직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가히 충격적이다. OECD의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8%로 예상, 2% 둑마저 무너졌다. 또 대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층 고조됐고, 내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역동성이 사라진 사회에 포퓰리즘(주4.5일제, 군복무단축 등)만 난무하다.

경제는 단순한 숫자의 합이 아닌 국민의 심리와 기대, 정치·사회 분위기에 크게 좌우된다. 실질 지표에다 국민이 ‘어떻게 느끼느냐’는 인식에 따라 경제는 큰 폭으로 출렁댄다. 같은 무게의 쇠뭉치와 솜뭉치가 체감상 다르게 느껴지듯 경제도 객관적 수치와 심리적 인식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정치권이 의도적으로 낙관적 메시지를 전달해 국민의 경제 심리를 안정시켜 긍정적 기대감을 형성하는 건 어떨까? 이른바 ‘전략적 낙관주의(strategic optimism)’다. 고도의 셈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경인일보 / 우리대학 포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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