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기 OTT 플랫폼
구독형 서비스는 이제 편리한 생활을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되었다. OTT에서 음악, 생산성 앱, 식품 정기배송까지 한 달에 몇 번의 결제를 거치는지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다. 한때는 ‘한 번 등록해두면 편하다’는 이유로 인기였지만,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과 결제 누적에 대한 피로감이 두드러진다. 플랫폼이 세분화될수록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비용은 예상보다 가파르게 늘어난다.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떠밀리듯 결제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들은 OTT와 음원 플랫폼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다수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지 않으면 콘텐츠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4년 발표한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OTT 이용자의 42%가 ‘두 개 이상의 구독을 병행한다’고 답했다는 통계도 있다. 자연스레 월평균 비용은 2만~3만원 선을 넘기고, 음원 플랫폼을 합치면 구독만으로 5만원 안팎이 빠져나간다는 응답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지출이 ‘의식되지 않은 결제’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 연장 결제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나도 즉시 유료로 전환되는 방식은 이미 익숙해졌지만, 실제로 어떤 서비스가 언제 결제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해지가 까다로운 구조도 불만을 키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구독 서비스 소비자 불만’을 발표하며, 해지 버튼을 숨기거나 경로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를 전형적인 기만 사례로 지적한 바 있다. 소비자는 해지를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 다시 ‘할인 제공’이나 ‘기간 연장’이 등장해 결정을 더 어렵게 만든다.
가격 인상은 또 다른 문제다. 플랫폼들은 동일한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요금을 높이거나, 기존 기능을 분리해 ‘플랜’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린다. 예를 들어 광고 제거, 오프라인 저장, 고화질 재생 등의 기능을 따로 묶어 상위 요금제로 올리는 식이다. 사용자는 일정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레 상위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작은 인상도 체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디지털 서비스 소비자 보호 지침’을 통해 자동 갱신 시 의무 고지, 해지 버튼의 시각적 노출 강화 등을 규제에 포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해지 과정 단순화를 의무화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논의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용자가 구독 정리 앱이나 수동 관리에 의존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결국 구독경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지출의 흐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가, 서비스 구조가 충분히 투명한가 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층이 느끼는 피로감은 ‘돈을 많이 썼다’는 감정이라기보다,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구독경제가 생활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확인 절차, 명확한 해지 구조, 단순한 결제 흐름이 마련돼야 한다. 편리함을 표방하는 서비스가 진정한 편리함으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구독경제는 분명 많은 이점과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비용과 책임이 존재한다. 선택이 소비자의 몫이라면, 그 선택이 가능한 환경 또한 보장돼야 한다. 구조적 불투명성을 바로잡는 일, 그것이 지금의 구독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참되고 바른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지우기자(juuuu030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