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케손시티(필리핀)/AP연합뉴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3월 24일 “국가 에너지 공급에 위험이 임박했다”라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필리핀 에너지부에 의하면 3월 24일 기준으로 필리핀에 남은 휘발유 비축분은 53일분, 경유는 46일분에 불과한 상황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자국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은 전체 석유 공급의 약 98%를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곧 필리핀의 에너지 위기로 직결되는 높은 취약성을 지녔다. 또한 1998년 ‘석유산업 규제 완화법’의 제정 이후 원유 사업은 시장 의존적 구조가 약 28년간 지속되어 왔다. 때문에,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상황에서 필리핀 정부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을 통해 에너지 소비 통제, 이동 제한, 식량 분배 조정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였다. 현재 대중교통 종사자 연료 보조금 지급, 공공기관 주 4일 근무제 도입,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권장 조치 등을 시행 중이지만, 현장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그 결과, 중동 분쟁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필리핀 내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기존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으며 경유 가격이 100페소(약 2,500원)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필리핀 화폐인 페소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인 1달러 60페소로 하락하며 달러로 결제되는 원유 수입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 이에 전체 인구의 약 40%인 4,500만 명이 이용하는 핵심 교통수단인 ‘지프니’의 운전자들은 유가 상승으로 월 연료비 약 6만 페소(약 151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대중교통 종사자들에게 1인당 5,000페소(약 12만 원) 정도의 연료 보조금을 지급 중이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운송비 상승, 식료품 가격 상승 등 전반적인 생활비 증가로 이어지며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각국 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세계 경제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이에 따라 중동 전쟁과 같은 분쟁 역시 더 이상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와 민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필리핀의 사례는 우리 역시 이러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 비축 확대 등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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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영기자(dustmqfy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