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식과 물품을 운반하는 배달 로봇이 실제 생활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현대자동차가 신청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서비스 실증 사업을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승인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도 배달 로봇 실증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처럼 배달 로봇의 활용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로봇이 사람과 같은 보행 공간을 이용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로봇이 법적 보행자로 규정되며 차량 혹은 사람과의 사고가 발생했을 시 대처 방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존 도로교통법에서는 도로를 이용하는 주체를 보행자와 자동차·자전거 등이 포함된 ‘차마’로 구분하고 있었다. 자율주행으로 이동하는 로봇은 ‘차마’로 분류되어 보도 등을 통행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배달·순찰 등 실외에서 이동하는 로봇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2023년 도로교통법이 개정·시행되며 운행 안전 인증을 받은 실외 이동로봇이 보도를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실외 이동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 포함되며, 안전 인증을 받은 로봇은 일정한 요건에 따라 보도 등을 통행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사고 책임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찰청은 2024년 실외 이동로봇 상용화에 대비해 운용자의 범위와 책임 소재, 단속 방법, 사고 발생 시 조치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찰청은 실외 이동로봇의 통행과 고장·오작동 등 실제 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년 7월 서울의 한 이면도로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배달 로봇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운전자는 보험사로부터 배달 로봇이 보행자로 취급돼 과실 비율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사고는 실외 이동로봇과 차량이 충돌했을 때 양측의 과실과 책임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보여준다.
실외 이동로봇은 일반적인 보행자와 달리 자율주행이나 원격제어를 통해 이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로봇의 센서나 소프트웨어 오류, 원격관제 과정의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제도는 로봇 운영자의 책임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은 실외 이동로봇 운용자가 다른 사람이나 차량 등에 위험이나 장해를 주는 방식으로 로봇을 운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일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운용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안전 인증을 받은 실외 이동로봇 운영자는 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책임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단순히 ‘배달 로봇에 관한 법이 없다’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이미 통행 기준과 안전 인증, 운용자의 의무, 책임보험 등 기본적인 제도는 마련돼 있다. 오히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사고 원인에 따라 책임을 나누는 구체적인 기준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사회적 기준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배달 로봇이 일상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차원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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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영기자(dustmqfy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