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월간중앙
9월 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고, 채권단 표결을 거쳐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즉시 인가했다. 대형 유통기업의 회생은 법원의 결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채권자와 협력업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홈플러스는 2015년 9월 MBK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여러 차례 매각과 구조조정을 겪었다. 지난해 3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후 인가 전 M&A를 추진했지만, 이후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이 제출됐다. 지난 7월 3일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그 충격이 협력업체로 번졌다. 그리하여 이해관계자 피해가 커졌다. 그 여파로 절차가 재개돼 계획안이 수정되었다.
9월 2일 관계인집회에서는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의 동의라는 인가 요건이 모두 충족됐다. 회생채권자조는 총의결권 액 약 2조 4,816억 원 가운데 약 1조 8,836억 원이 찬성해 75.9%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재판부는 공익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분할 상환에 동의한 점도 고려해 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점포 수는 한때 126개에서 현재 67개로 줄었고, 직원도 약 1만 2,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폐점이 확정된 점포 가운데 회사가 소유한 19곳을 2028년 2월까지 우선 매각해, 이 대금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유한 선순위 담보권 신탁 채권 1조 3,000억 원을 갚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 인가로 파산 위기는 넘겼지만, 협력업체와의 신뢰 관계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대금 정산이 수개월씩 밀리면서 거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금정산 지연을 겪은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다수 업체가 하도급 대금과 인건비 지급 지연, 운영자금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 4,4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6일 기준 미지급 납품 대금은 약 5,032억 원에 달했고, 홈플러스는 신규 납품분부터 월 최대 3회 정산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존 미지급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과 납품업체의 신뢰를 모두 잃은 상태에서는 뒤늦은 자금 투입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결정 시점이 늦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의 인가는 회생절차의 종료가 아니라 이행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계획대로 변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복원되지 않으면 정상화 시점이 다시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법원의 승인만으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밀린 대금을 하나씩 갚아나가는 실질적인 이행이야말로 홈플러스가 국내 유통업계 구조조정의 성공적인 선례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볼 수 있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고 쉽게 전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김혜빈기자(sloepty@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