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언 236년, 우리는 무엇을 다시 써야 하는가
▲ 출처: 픽사베이
인권선언, 당신은 지금 사회가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의 인권은 벼랑 끝에 서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인권은 어디까지 존중받을 수 있는 지 조차 모르겠다. 애초에 아직 이상이 실현되지 않았기에 기념일로 남아서 인권을 시위하는 것 아닐까.
1789년 7월 5일, 프랑스에서 시민 혁명이 뜻을 이뤘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고,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이 말이 실현되고 있는지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그 선언문 안에 진짜 인권은 ‘누가’ 그 선언문 안에 포함되어 있을까. 전통적 인권은 ‘남성’, ‘시민’, ‘국가 구성원’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그리고 그 경계 밖에 놓인 사람들이 존재한다. 플랫폼 노동자, 감정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난민, 등 선언의 대상이 되지 못한 자들이 넘쳐난다. 선언이 ‘모든 인간’을 말하지만, ‘누가’ 인간으로 인정받는 것은 시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또 다른 선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 속에 정서적인 인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5년 6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은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해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한다”며, 정부와 정치권, 시민 모두 혐오 표현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대선 이후 특히 혐오 표현 사용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2023년부터 실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 혐오 표현 대응 포험, 차별시정 정책 마련 등을 2027년까지 아우르는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한편 인권위는 2025년 7~8월에 전국 성인 대상의 “2025년 인권의식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2026년 1월에 공표될 예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 6,000명 청소년 대상 조사에서 친구, 교사, 가족 등 일상 관계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례가 흔했다고 알 수 있다. 그들은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퇴를 고민하는 정서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필자 또한 청소년 시기에 이런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자들은 잘못된 걸 인지하지 못한다. 애초에 교육과정에 인권 선언의 관련한 내용은 한 줄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에서 혐오가 고정관념에서 혐오로 이어져 표현을 하는 구조임을 분석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혐오표현을 접하고, 절반 가까이는 스스로 사용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혐오가 우리의 정서를 왜곡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과거의 선언은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면, 오늘의 선언은 ‘관계 속의 존엄’을 위한 선언이어야 할 것이다.
인권 선언문은 완성된 문장이 아니다. 늘 미완이고, 매일 다시 쓰여야 할 것이다. 선언은 매 순간, 매 세대마다 ‘다시 선언될 권리’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념이 아니라 실천이다. 정해진 날이 아닌 ‘행동의 날’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선언할 것인가.
오지우 기자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