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강우, 하늘을 조작하는 기술인가, 절박한 선택인가

등록 : 2025-05-26

오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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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2024년 장마가 끝난 뒤, 전남 지역은 심각한 가뭄에 시달렸다. 결국 정부는 인공강우 기술을 긴급하게 투입했다. 갑작스러운 조치는 아니었다. 이미 2023년부터 기상청과 환경부가 함께 인공강우 시범사업을 확대해왔고, 올해 들어 그 범위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비를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는 한때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다. 인공강우는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액화이산화탄소 같은 물질을 대기 중에 뿌려 구름이 비를 쉽게 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다. 항공기나 로켓, 혹은 지상 발사 장비를 이용해 구름 속에 직접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기술은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 주도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군사적 목적이 강했지만, 지금은 농업용수 부족이나 산불 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총 35회의 인공강우 실험 중 23번은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늘어난 비의 양은 1.5mm 정도. 산불 예방이나 공기질 개선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뭄 해결에는 부족한 수치다.

중국도 인공강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티베트 고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대기 조절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주된 목적은 가뭄 해소와 미세먼지 저감이다. 하지만 인공강우는 지형이나 바람, 기류 같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 하나 우려되는 건 환경문제다. 비를 만들어내는 데 쓰이는 화학물질이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토양, 식물, 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하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 역시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인공강우를 기후 위기 대응 수단 중 하나로 보긴 하지만, 기술 그 자체보다는 어떤 조건에서 효과적인지를 따지고, 무분별한 사용보다는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기술을 둘러싼 국제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기의 흐름은 국경을 넘는다. 한 나라가 인공강우 실험을 하면, 그 영향이 인접 국가에까지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제법이나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다. 더 나아가, 기후를 조절한다는 개념 자체가 윤리적인 논쟁을 불러온다. 누가 기후를 통제할 권한을 가지는지,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은 다양하다. 기후 과학자들은 "우선은 기술의 안전성과 환경 영향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환경단체 쪽에서는 "기술보다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 개발자들은 "공공의 감시와 제도화된 시스템 안에서 투명하게 운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인공강우 연구는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국채표 박사가 처음 이 연구를 국가 과제로 제안했고, 1962년부터 본격적인 시도가 이뤄졌다. 하지만 초기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양인기 박사가 등장해, 인공강우보다 연구비가 덜 들고 효과도 괜찮은 ‘인공증우’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1970년대부터는 보다 체계적인 연구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발전해왔다.

인공강우는 정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카드’일까, 아니면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한 도전일까.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그 기술을 언제 어떻게 쓸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 윤리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인공강우는 어쩌면 그런 복잡한 질문을 시작하게 만드는 첫 단추일지도 모른다.

참되고 바른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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