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동자들의 외침, 더는 외면할 수 없다.

등록 : 2025-05-30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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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11, 서울역 인근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주최한 택배 노동자 차별 철폐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수백 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모였으며, “노동의 땀에 차별은 없다”, “특수고용이 아니라 특수착취와 같은 손팻말이 줄지어 들어 올려졌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고 규탄 발언과 행진을 통해 택배 현장의 차별 구조를 시민 사회에 알리는 데 집중되었다.

이번 집회의 배경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택배 고용노동자 차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핵심 노동력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지위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각종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 근로기준법 보호, 최저임금 보장 등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은 이미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특히 택배 기사들이 겪는 과로 문제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더욱 심화되었다. 분류 작업까지 포함된 장시간 노동에 따른 수당 미지급, 명절 연휴 전 극한 업무 강도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지만 현장의 변화는 미비하다. 이번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부속품이 아니라 인간임을 분명히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수고용직이 아닌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 인정받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재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별도의 수당 없이 분류작업에 투입되며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분류작업의 책임을 기업이 전담해야 한다.

셋째, 산재보험 의무 적용과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휴게시설 확충 등 기본적인 노동환경 개선도 강력히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부는 일부 제도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제정되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과 분류작업 책임 주체 명시 등의 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는 전면적 조치가 아니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기업 측 반응은 엇갈린다. 현재까지 택배 노동자 차별 철폐 집회와 관련하여 처우 개선을 약속한 택배사는 없다. 그만큼 하청 구조 속 수익 중심 운영 방식은 쉽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책임 전가 구조, 단가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은 근본적인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시스템 변화 없이 임시방편만으로는 근본적인 해소가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택배 산업은 더 이상 저비용 고속 성장만을 추구해서는 지속할 수 없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유통 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택배는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서비스 산업이기에 그 내부의 노동 현실이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 인간다운 노동환경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서울역 광장에서 울려 퍼진 노동자들의 외침이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고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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