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주가 하락 폭이 확대되고 원화의 절하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1,300원 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선포를 기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1,400원 선을 돌파했으며 이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또한,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선을 유지하면서 굳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달러 초강세(King Dollar)’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드높여진 달러화의 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발생한다. 이는 각국의 무역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달러인덱스를 보면 된다. 달러인덱스는 통화 가치가 안정적이고 경제 규모가 큰 세계 6개국의 통화와 미국 달러의 가치를 지수화하여 나타난 것이다. 이를 통해 환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만든 지표이다. 주요국의 통화는 유럽연합의 ‘유로’, 일본의 ‘엔’, 영국의 ‘파운드’, 스웨덴·노르웨이의 ‘크로네’, 스위스의 ‘프랑’, 캐나다의 ‘달러’이다. 이 지표가 높아지면 같은 1달러 제품을 사기 위해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기에 수입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기에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수입 기업에는 불리하며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크래프톤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게임사로서는 호재로 작용했다. 이는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차익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마블은 해외 게임을 한국에서 서비스하거나 외화 차입금이 있는 경우, 재무적 부담감이 높아졌다. 결산 시점 환율을 평가할 때, 원화 금액과 장부에 기재된 원화 금액 사이 발생하는 손실인 외화환산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초강세의 시대가 초래한 이유는 높은 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율이 높아졌다. 이는 사람들의 투자와 소비를 줄이고 예금을 늘리게 한다. 그러면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줄게 되면서 가치가 오르게 된다. 그리고 주요국들의 경제 지표 악화이다.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른다. 코로나19 시기 중국은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돈을 풀면서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했다. 달러 대비 환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역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돈을 풀면서 엔화 가치가 폭락하고 그만큼 달러 가치가 높아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달러 보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달러 보험은 보험료를 미국 달러로 납부하고 보험금 및 만기환급금을 달러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기본 구조는 원화 보험과 유사하지만,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중도 해지 시 해약 환급금이나 사업비, 보험 유지 비용 등 부대비용을 미리 파악하고 세금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로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많이 간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내 한국인 조기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중학교 이하 연령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 불안으로 인해 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와 환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공사는 달러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항공기 리스 비용과 유류비·정비비 등 주요 고정비용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24년 매출이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5% 급감했다. 제주항공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9% 감소했다. 또한, 관세 후폭풍으로 환율이 뛴 데다가 여행객들의 해외여행 수요 감소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율 변동성과 경제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소식을 전달하는 정희진 기자
heejin270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