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텀블러”, 환경을 위한 선언
▲ 출처: 픽사베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는 계기가 됐다. 바로 ‘제로웨이스트’ 실천이다. 특히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물품이 아닌 환경을 중요시 여기는 태도이자 하나의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어떤 의미에선 ‘윤리적인 선택’, ‘가치를 담은 소비’로 읽히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2023년에 발표한 「1회용컵 보증금제 현황 보고서」를 보면, 개인컵 사용량은 2019년에 비해 42% 넘게 늘었다고 한다. ‘1일 1텀블러’ 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니, 꽤나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질문이 있다.
텀블러를 쓰는게 정말 환경에 이로운 걸까? 텀블러 하나로 얼마나 오래 써야 종이컵보다 친환경적인걸까? 국제환경 컨설팅 기관인 Carbon Trust가 2021년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15번 이상, 유리 텀블러는 10번 이상 써야 1회용 종이컵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고 한다.
만약 매년 새 텀블러를 사서 몇 번 쓰다 마는 식이라면, 오히려 환경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에서 조사한 「2023 환경 실천 실태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텀블러를 갖고 있는 시민 중에서 주 4회 이상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세척이 번거로워서' 같은 답변이 많았다. 결국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있지만, 실천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2022년 6월부터 전국 주요 매장에서 1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했고,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개인컵 사용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다회용 컵 회수프로그램도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다. 이렇게 정책과 시장이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질적인 변화가 크지는 않다. 환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텀블러는 단지 물을 담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을 쓴다는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태도이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행동이기도 하다. 이에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텀블러가 하나의 생활 운동이자, 생활속 정치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일부에선 “환경 문제의 책임을 지나치게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생산 구조나 유통시스템, 폐기물 관리 등 본질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은채, 소비자에게만 실천을 강요하는 게 과연 바람직하냐는 물음이다.
그래서 요즘엔 텀블러 사용 장려 캠페인도 단순히 개인에게 맡기는 수준을 넘어, 기업과 정책이 함께 움직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최근 매장 안에 '텀블러 대여소'를 설치해, 텀블러를 들고 오지 않아도 1회용 컵을 쓰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식의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환경 문제다. 단순히 쓰레기를 넘어서, 탄소배출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그래서 종이컵 하나, 플라스틱 뚜껑 하나를 덜 쓰는 일이 꽤 중요한 실천이 될 수 있다. 지금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이 순간의 현실이다. 결국 필요한건 완벽한 친환경이 아니다. 불완전 하더라도 꾸준히 반복하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 작은 선택 하나가 사회를 바꾼다. 텀블러는 그저 환경에 좋은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태도다.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매일 조금씩 반복하는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
오지우 기자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