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매장으로 변질되는 캔슬컬쳐

등록 : 2025-05-15

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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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슬컬처(Cancel Culture)라는 말은 이제 뉴스와 SNS에서 일상이 되었다. 캔슬컬쳐란 자신과 다른 생각을 자신과 다른 생각을 드러낸 사람을 배척하는 행동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의미로 변질되고 있다. 잘못된 발언이나 행동이 포착된 유명인이 대중의 외면을 받고 불매운동과 보이콧을 넘어 소속사 계약 해지, 활동중단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현대 사회의 집단적 응징 문화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처음 캔슬컬처는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운동이었다. 차별, 혐오,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고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캔슬컬쳐는 종종 조리돌림과 집단 공격으로 변질되고 있다.

유명인들은 가장 직접적인 타깃이 되기 쉽다.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대중과 가까운 소통 채널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때론 작은 실수가 재생산되는 통로가 된다.

심지어 몇 년, 혹은 십여 년 전 개인 SNS 글이나 학창 시절의 행동까지 소환된다. 한 연예인은 과거 학교 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론은 빠르게 등을 돌렸다. 논란은 곧 퇴출이라는 공식이 작동하는 사회에서 연예인들은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한다.

연예인들이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 비극적인 일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여대 심리학과 정재훈 교수는 캔슬컬처는 사회적 정의 실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무지성 집단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집단적 분노가 방향을 잃고 인간 사냥 식으로 변질되면 오히려 건강한 사회적 경고 기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생명이 단절당한 듯한 경험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자존감과 연결된다. 대중의 비난은 개인을 교정하거나 성장시키기보다는 존재 자체를 낙인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

특히 연예인은 대중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 특성상 사회적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경제적 기반과 정신적 안정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물론 공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행동과 발언에 더 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유효하다. 하지만 책임을 묻는 것과 인간 존재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다르다. 비판은 구체적이고 사실에 기반해야 하며 회복 가능성, 반성의 기회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특히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기반한 공격은 감정적 사냥으로 변질되기 쉽다.

대중이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는 정말 공인의 태도 변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내면에 쌓인 분노의 배출구로 기능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캔슬컬처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사실에 기반한 문제 제기만이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른 공인들에게도 회복과 반성의 기회를 열어두어야 한다. 캔슬컬처는 더 이상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지성 집단주의가 아닌, 성숙한 사회적 경고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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