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장마철 이후 8월 한 달간 전남 지역의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정부는 인공강우 기술을 긴급 투입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기상청과 환경부 주도의 시범사업 확대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비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은 이제는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인공강우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액화이산화탄소 등의 물질을 대기 중 응결핵을 생성하고 구름씨를 뿌려 구름이 비를 쉽게 내리도록 돕는다. 항공기, 로켓, 지상 발사 장치 등을 활용하여 구름 내부에 직접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실행된다. 이러한 기술은 19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의 주도로 시작되어, 농업용수 부족 대응, 산불 진화 등 다양한 목적에 따라 발전해왔다.
그러나 강우량 확보에 대한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기상청은 2019년부터 35회의 인공강우 실험에서 23차례 성공했지만, 평균 1.5mm의 비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산불 예방이나 미세먼지 저감에 일정 부분 기여 가능하나, 가뭄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은 티베트 고원을 중심으로 대기 조절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국지적 가뭄 해소와 미세먼지 저감을 목표로 인공강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강우량의 예측이 정확하지 않고, 지형과 기류 등 자연적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일정한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또한 요오드화은 등 화학물질의 사용이 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인공강우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인공강우를 기후 위기의 대응책 중 하나로 보되, 그 한계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보다도 ‘적절한 조건’과 ‘지속 가능한 사용’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문제는 국제 규범의 부재다. 대기 중 기류는 국경을 넘나드는 성질이 있다. 한 나라의 인공강우 실험이 인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는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 ‘기후 조절’이라는 기술의 본질 자체에 윤리적 논쟁이 뒤따른다. 기후를 통제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그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과학기술이 가진 힘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다양하다. 기후과학자들은 "기술의 안전성과 환경 영향 검증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환경운동가들은 "구조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기술개발자들은 공공의 투명한 감시와 제도화된 틀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서 인공강우 연구는 1960년대 초부터 국채표 박사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인공강우를 국가적 연구 과제로 추진하였고, 1962년부터 인공강우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연구 자문이 실패했다. 그 후 양인기 박사가 인공강우보다 연구비가 적게 들고 실효성이 높다는 '인공증우'를 내세우며 연구를 이어갔다. 이러한 초기 연구들은 1970년부터 더욱 체계화되었고, 가뭄 대응, 산불 진화, 미세먼지 저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며 발전해왔다.
인공강우는 기후 위기에 대한 마지막 수단일까, 아니면 통제되지 않은 모험일까. 기술은 진보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기후 대응 기술은 효과와 함께 공공성과 윤리성을 따져야 한다. 이제는 기술을 넘어서 과학과 사회의 ‘공존 방정식’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인공강우는 그 복잡한 질문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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