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니트족, '멈춘 청춘'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등록 : 2025-05-26

오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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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에는 약 497천 명의 청년 니트족(NEET)이 존재한다. 전체 청년 중 약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은 학업, 취업, 직업훈련 중 어느 하나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로, 그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오해와 달리, 이들은 반복된 좌절과 무기력 속에서 점점 사회와 단절된 존재들이다. 통계청의 경제 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20231월부터 11월까지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월평균 404천 명에 달한다. 그만큼 이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시급한 과제다.

청년 니트족은 계속된 구직 실패를 경험한 뒤 자신감을 상실하고, 점차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특히 고학력·고스펙 중심의 경쟁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전 세대와는 달리 하면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일상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심리적 무기력과 자존감 저하는 청년 니트 상태를 더욱 고착화한다. 이러한 현상은 반복된 실패가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정부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추진해왔다.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청년 니트족은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많은 제도가 의지 있는 구직자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사회적 단절을 경험한 니트 청년은 대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잦다. 취업시장에 진입하려면 적어도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과 기초 교육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런 사전 단계의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 특히 고졸 취업자, 비진학 청년 등은 제도 밖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니트족 증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심리상담, 진로 탐색, 직업 체험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민간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취업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와의 접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유럽 일부 국가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을 통해 청년의 삶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중간 지원 조직의 도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사회 인식의 전환이다. 사회적 낙인은 이들의 고립을 심화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을 정상에서 벗어난 이들로 낙인찍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멈추었는지를 이해하고,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니트족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사회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멈출 권리를 허락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 때, 다시 걷는 발걸음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정책 설계자는 청년 니트족이 당면한 심리적 장벽, 경제적 곤궁,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청년 니트족은 우리 사회의 실패가 만든 거울이다. 심리상담과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으로 그들에게 정기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자기 효능감 회복을 위한 활동 기회를 마련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게으름이 아니라 단절의 결과임을 알리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삶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다르고, 때로는 멈추는 것이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내일을 응원한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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